어릴적부터 가장 좋아하던 남자배우는 이상하게 이정재였다. 연기나 그가 출연한 작품을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어린 마음에 겉모습을 보고 좋아했던 것 같다. 모든 영화나 드라마를 다 챙겨보진 않아도 그의 필모그래피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다.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로 거듭난 뒤에 갑자기 감독으로 데뷔를 한다고 해서 궁금함에 관심이 가긴 했지만, 영화 자체에 기대는 없었다. 인기에 편승한 마케팅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헌트는 그런 나의 잘못된 편견을 한방에 부숴준 영화이다.
1. 출연진
- 이정재(박평호), 정우성(김정도), 전혜진(방주경), 허성태(장철성), 고윤정(조유정)
- 우정출연 : 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주지훈, 황정민, 이상민, 유재명
출연진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투샷으로 잡힌 포스터만으로도 기대는 이미 충족됐다. 까메오로 출연한 사람들 조차 다 아는 얼굴이라 영화를 보는 내내 심심할 틈이 없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청담부부인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 친분이 영화 속 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는데 케미스트리가 이런거구나! 하면서 무릎을 쳤다. 두 배우가 대화하거나, 대립하거나, 몸싸움을 하거나 하면서 투 샷을 잡히는 장면이 많은데, 정말 줄다리기를 하듯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처럼 연기가 착착 붙는다. 그게 관객한테까지 느껴지는 서로는 연기하면서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싶다.
2. 줄거리
군사독재 시절과 납북대립이 심하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초반에는 영화에 언급되는 사건이 픽션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부분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 이웅편 귀순 사건, 아웅산 테러 사건 등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된다.
안기부 소속의 박평호 차장(이정재)과 김정도 차장(정우성)이 "동일"(스파이)를 찾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동림"의 존재를 추리해나가는 이야기인줄 알았고, 차차 동림의 존재가 박평호로 들어나면서 일반적인 스파이 영화처럼 흘러가나 싶었으나, 이 영화는 2가지 반전을 숨겨놓고 있다.
(스포일러 포함)
결국엔 김정도도 대통령을 암살하고자 하는 박평호와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 그 첫번째이다. "같은 목표를 위해 잠시 한 배를 탄 것 뿐이야"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핵심을 뚫고 있는 대사이다. 김정도가 박평호가 동림임을 알면서도 구해준 뒤, 영화는 "베드로 사냥"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박평호가 계획을 무산시키게 되면서 두 주인공 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3. 감상평
영화를 보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은 박평호가 마지막에 마음을 바꾼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였다.
지금을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영화지만 박평호가 마음을 바꾸질 않길, 원래 계획대로 작전이 수행되길 바라면서 영화를 보았다. (현실이 아닌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말이다.) 박평호의 대사로 추측해볼때, 박평호는 평화통일을 원했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 했던 것으로 보인다. 혹은 남한에서의 편안한 생활에 길들여져서 남한의 대통령을 죽이고 북한의 주도로 통일이 이뤄지는 것이 두려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박평호 한명의 선택이었지만, 실제 1980년대에는 얼마나 많은 개인의 선택들이 모여서 역사를 만들어 냈을지, 그 선태 속에 얼마나 많은 대의와 개인의 행복이 교차했을 지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이념을 져버리는 선택을 했지만 박평호가 남한에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길 바랬지만 결국 살해당했다. 그것도 본인이 데리고 있었던 조유정에게. 영화상에서 보면 여권을 가져온 것으로 보아 조유정이 본인을 감시하러 온 스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두 주인공이 모두 죽었지만, 영화적으로는 왠지 완벽한 결말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당시에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모두 행복하게 지내진 못했을 것 같으니까.
더 빛을 봐야했던 영화였는데 오히려 배우의 이름에 가려진 것 같다. 이정재가 왜그렇게 홍보에 목숨을 걸었는 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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